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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작한 이의 사소한 경험담도 초심자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제 목
[사시 최연소.생동차 합격기]“도전이 있었기에 결실이 있었습니다” 2011/01/26 13:00:26
글쓴이
조회(4,253)
최규원 제52회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컬럼비아 대학 휴학


I. 들어가며
깜박이는 커서를 앞에 두고 어떻게 합격기를 시작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스러워 합격기를 쓰지 않으려 했으나, 주변 분들께서 격려해 주시고, 수험 기간 중 다양한 합격기로부터 용기와 희망을 얻었던 기억에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부족한 합격기지만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래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제 합격은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져 이루어진 것일 뿐, 돌이켜 생각하면 잘못된 선택과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수험에 있어 절대적인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제 수험기 역시 참고삼아 읽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II. 독학사 시험
1. 독학사 2단계 시험
2009년 봄학기 중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우선 1차 시험에 도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후의 방향을 고민할 생각이었습니다. 사법시험에 도전하려면 법학 학점이 필요하고, 독학사 시험을 통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독학사 시험에 응시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독학사 시험 일정이 학교 일정과 공익근무요원 훈련 기간과 겹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4월 말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습니다. 그 이후 시험을 준비하고 싶었으나, 외국에서 책을 구할 방법이 없었고, 학교의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와 준비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독학사 시험의 경향과 공부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고, 5월 중순 한국에 귀국했습니다.


귀국 이후 독학사 2단계 시험까지는 2주 정도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귀국한 다음날 독학사 대비용 책과 기출 문제집을 샀습니다. 독학사 시험의 경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득점할 경우 학점 인정이 되므로 처음부터 중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공부해서 우선 어떻게든 60점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독학사 시험의 경우 객관식과 주관식 문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객관식과 주관식 모두 기출이 곧잘 반복된다는 것을 알고는 기출 문제들을 모두 책에 표시하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이때는 하루 종일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법시험에 도전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떻게든 기를 쓰고 공부했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나가서 집 근처의 독서실에서 점심은 먹지 않고 저녁 늦게까지 공부한 뒤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식사를 한 뒤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잠드는 생활을 2주간 계속한 뒤 시험장에 갔습니다. 시험장에서도 주관식 문제의 경우 뭐라도 쓰면 부분점수를 꽤 얻을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문제도 어떻게든 답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민법1, 헌법1, 형법1, 국제법, 법철학에서 학점을 이수했는데, 법철학의 경우 점수가 꽤나 아슬아슬했던 것을 보면 조금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시험을 준비하시는 것이 보다 편한 마음으로 시험을 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 독학사 3단계 시험
독학사 2단계 시험 직후 사법시험용 기본서와 10년간 기출문제집을 샀습니다. 수험가의 대세라는 말을 듣고 민법은 지원림 민법강의, 형법은 신호진 형법요론, 헌법은 정회철 기본강의 헌법을 선택했습니다. 목표를 6월 한 달 중 20일 동안 세 과목 기본서들을 한 번씩 읽고, 10일 동안 세 과목에 대한 기출문제들을 표시하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책을 처음 보면서 너무 과도한 목표를 잡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었지만, 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큼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공부하는 나날들을 계속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책 읽는 속도와 공부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설정한 목표였지만, 늘 한결같은 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아 조금씩 계획은 틀어졌고, 결과적으로 세 과목 기본서 중 민법 친상법 절반 정도를 제외하고 1독을 하자 6월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7월 2일부터는 공익근무요원으로 훈련을 4주간 받았고, 8월이 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할 무렵이 되자 또다시 독학사 3단계 시험은 2주가 조금 안 되게 남아 있었습니다. 독학사 3단계 시험의 경우 접수가 공익근무요원 훈련 중이어서 모든 서류와 필요한 정보를 부모님께 부탁드려서 대신 제출해 주셨습니다. 비록 사법시험 기본서를 1독 가까이 했지만 훈련소에서 한 달을 보내면서 이미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었고, 남은 시간은 촉박해서 다시 독학사 시험 대비용 책을 샀습니다. 2단계와 마찬가지 요령으로 3단계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공익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처음에 적응도 해야 했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저녁 시간과 새벽 시간으로 한정되면서 며칠간 힘들었지만 그래도 사법시험 기본서를 1독했던 것이 의외로 도움이 되어 3단계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3단계에서는 민법2, 헌법2, 형법2 과목들에서 학점을 이수했습니다.

III. 1차 시험
독학사 3단계 시험을 치르고 1주일쯤 뒤, 학원에서 전국모의고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1차 시험 합격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기 위해 용감하게 응시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처참했습니다. 독학사 2단계를 단기간에 통과하면서 조금 우쭐해져 있던 마음은 다시 급속도로 냉정해졌고, 덕분에 안심하고 있던 독학사 3단계 시험 결과 발표 역시 마음을 졸이면서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1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출문제 정리였습니다. 수험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기출문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저 스스로도 기출문제는 출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출제자가 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는 점에 동의하여 기본서에 기출문제와 그 기출빈도를 모두 표시하려 했습니다. 기출문제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문제 속의 지문이 기본서의 어느 부분에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많은 문제들을 표시하면서 기본서의 전반적인 구성과 어느 부분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문제표시가 진행될수록 한 문제 표시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 민법의 경우 10년치가 아닌 5년치 기출문제를 표시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기출문제 표시를 끝내고 나니 9월 초였습니다. 이후에는 반복적으로 기본서를 읽고, 전국모의고사에 응시하고, 전국모의고사 결과로부터 보완할 점을 찾은 뒤 다시 기본서를 읽는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대략적으로 2과목~2과목 반 정도의 기본서를 읽으면 한 달이 흘러 전국모의고사를 응시하는 식이었습니다. 전국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채점한 뒤 틀린 문제들을 검토하면 자주 틀리는 부분에서 또 틀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이후에 기본서를 읽을 때에 그 부분을 주의하여 읽고, 유독 심한 부분은 따로 한 번 더 읽었습니다. 이렇게 전국모의고사를 보며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던 중, 민법이 유독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기본서 내용을 객관식 문제에 제대로 응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급한 마음에 10월 전국모의고사 이후에 주교재를 객관식 판례집으로 바꾸었습니다. 이후 기본서는 모르는 내용을 참고할 때만 사용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리 좋지 못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국모의고사 성적은 확실히 올라갔지만 전국모의고사 문제와 객관식 판례집 문제 중 겹치는 지문이 꽤 많아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다른 학원의 전국모의고사를 한 회 사서 풀어보니 민법 점수가 비교적 저조했고, 실제 시험장에서도 다른 과목에 비해 민법 지문이 낯설어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객관식 판례집 역시 잘 활용하면 매우 좋은 책이지만, 익숙한 지문에만 계속 익숙한 상태로 안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11월 전국모의고사 이후에는 문제를 시간 내에 풀어내는 감각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범위 모의고사 문제집을 과목별로 샀습니다. 하루에 한 과목씩을 시간을 재서 풀었습니다. 시간은 꼭 지켜서 어떻게든 시간 내에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틀린 지문들은 따로 정리하려 했지만 게으름 때문에 결국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2월 초까지 형법, 헌법 기본서는 대략 3~4회독 정도, 민법 객관식 판례집은 2~3회독 정도를 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막판에는 기간을 줄여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7-4-2-1로 정리하려고 마음먹으니 최종 정리기간 50여일을 제외하면 한 달 정도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 때 마지막으로 새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민법의 경우 조문집 한 권, 형법과 헌법은 객관식 판례집 한 권씩을 새로 사서 보았습니다. 민법 조문집의 경우 객관식 판례집을 보완하는 데 아주 좋아서 최종 정리기간까지 계속 가져갔습니다. 시험 전날에도 1독하고 갔는데 덕분에 한 문제를 더 맞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형법 판례집의 경우 기본서의 판례만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아 1독 후 더 이상 보지 않았습니다. 헌법 판례집도 기본서의 판례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여 1독했고, 7-4-2-1 중 7-4까지는 판례집도 함께 가져갔으나 최종 정리는 기본서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본서의 판례만으로도 부족함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위에서 언급했듯 50여일 정도를 남겨두고 7-4-2-1에 돌입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기출문제 표시 이외에는 책에 어떠한 밑줄 혹은 표시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책을 처음 읽을 때도 비교적 빨리 읽는 대신, 그 책을 다시 읽는다 해도 크게 속도가 빨라지지 않아서 7-4-2-1을 반복하는 동안 읽을 부분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7 동안 책을 읽으면서 잘 모르거나 다시 봐야 할 필요성이 있는 지문에만 형광펜으로 줄을 그었고, 4-2 동안에도 마찬가지로 다른 색으로 줄을 그었습니다. 형광펜으로 줄이 쳐진 부분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같은 문장이라 해도 나중으로 갈수록 키워드 중심으로 짤막짤막하게 줄을 쳤습니다.


이렇듯 전반적으로는 모든 과목을 비슷한 방법으로 공부했지만, 과목별로 조금 다른 공부방법들도 있습니다. 민법의 경우 기본서와 객관식 판례집을 공부하면서 친상법을 비교적 소홀히 했습니다. 최종 정리 기간에 친상법에 위기감을 느끼고 OX 문제집에서 친상법 부분만 잘라내어 3~4회독했는데, 다행히 친상법 부분은 선방할 수 있었습니다. 형법은 10월 전국모의고사 이후 형법총론 부분의 이론 부분 문제들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시중의 문제집 한 권을 사서 형법총론 부분을 모두 풀었습니다. 그 이후 잘 모르거나 중요한 지문들을 워드로 따로 정리해서 기본서의 해당 부분들에 붙여 놓았는데, 기본서의 해당 내용을 읽은 뒤 문제에서 어떤 지문으로 응용되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형법에서 이론과 판례에 대해서 종이카드를 만들어서 앞면에는 사실관계/문제 등을 써 놓고 뒷면에는 판례결론/정답 등을 써서 앞면만 보고 뒷면의 정답을 맞히는 식으로 출퇴근 시간과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는데 반복횟수가 늘어나면서 굉장히 암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헌법은 헌정사, 부속법령 등 자잘한 암기가 계속 괴롭혀서 그런 부분들은 책의 해당 부분을 복사해서 독서실 책상에 붙여놓았습니다. 판례 위주로 공부하면서도 틈틈이 암기해야 할 부분들을 본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택 과목은 국제법을 택했습니다. 수험생들이 많이 본다는 교재를 선택하여 9월과 10월에 2독 정도를 한 뒤, 최종 정리 기간에 1독을 더 했습니다. 그리고 OX문제집을 사서 체크하며 대비하려 했으나 결국 OX집은 미처 다 보지 못했습니다. 선택 과목은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시험 당일에도 모든 주교재와 최신 판례를 챙겨 갔습니다. 주교재에는 최종 정리를 하면서 당일날 봐야 할 부분들을 플래그로 표시해 두었고, 최신 판례는 최종 정리 기간 중 2독 정도를 해 둔 상태였습니다. 시험을 보기 전에 빠른 속도로 플래그로 표시된 부분과 최신 판례를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시험 직전에 잊기 쉬운 부분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는 면에서 좋았습니다. 이번 시험의 경우 최신 판례가 굉장히 중요했으니, 앞으로도 최신 판례는 꼭 챙겨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시간 민법 시험을 치르면서 느낌이 좋지 않아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는 데 음식이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시험지를 펼쳐놓고 자신이 없었던 선택과목, 민법, 헌법, 형법 순으로 채점했습니다. 다행히 헌법과 형법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서 합격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IV. 2차 시험
1차 시험 이후 채점을 해 보니 안정권이었기 때문에 1차 시험 합격자 발표와는 무관하게 2차 시험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 이후 대략 2주 정도 쉬었습니다. 초시를 진지하게 노려볼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초시를 열심히 준비하면 실패하더라도 재시를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 날짜를 세어 보니 2차 시험까지 대략 100일 가량이 남아 있었습니다. 1차 시험 합격도 장담할 수 없는 1차 공부 기간 중에 후사법을 미리 공부할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후사법은 전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후사법 기본서를 한 번 읽어 개념에 조금 친숙해진 뒤 사례집을 중심으로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장 서점에 가서 후사법 기본서와 사례집을 차례차례 샀습니다. 기본서와 사례집 역시 철저하게 수험생들이 많이 본다는 책들을 위주로 골랐습니다. 저는 아는 것이 많지 않고, 모르는 것을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가장 무난한 책들이 안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또 최빈출 쟁점 판례정리라는 책도 사서 판례정리를 하려 생각했습니다. 처음의 계획은 한 달 정도 동안 후사법 기본서와 사례집을 모두 읽어내고 그 후 다시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는데, 처음으로 읽는 후사법 기본서는 그리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결국 한 달 정도 동안 후사법 기본서를 읽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행정법 기본서 뒷부분은 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후사법 기본서를 빠르게 읽으면서 처음의 목표대로 나중에 사례집을 읽을 때 후사법 개념들이 아주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뒤 대략 80일 정도가 남아 있어 후사법 사례집을 3일에 한 권씩, 두 번을 돌려 24일을 쓰고, 7일을 최빈출 쟁점 판례정리의 판례 정리와 모의고사 풀이에 쓴 뒤, 남은 49일을 7법 4-2-1 정리에 쓰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례집과 사례풀이는 쉽사리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후사법 사례집을 한 번씩 읽는 데 거의 두 배의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후사법 사례집 1독이 끝나자 시험까지 53일 정도가 남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3일 정도로 최빈출 쟁점 판례정리를 훑듯이 1독하고, 아는 분의 도움으로 구한 후사법 3순환 학원 모의고사를 몇 문제 풀어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100일 중 50일은 기본서 1독과 사례집 1독, 그리고 기본적인 사례풀이 구조 익히기로 보냈습니다.


남은 50일 가량은 7법 사례집만 가지고 4-2-1로 정리했습니다. 기본3법 사례집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헌법의 경우 수험가의 대세라는 말을 듣고 정회철 사례 헌법연습으로 결정했고, 민법은 고민 끝에 비교적 많은 수험생이 택하면서도 양이 적고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어 윤동환 민법 사례의 맥으로 선택했습니다. 형법 사례집의 경우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본다는 이재상 이케바를 선택하려 했으나 그 때 책이 품절되어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여러 합격기를 참조하여 하태훈 형법사례연습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형법사례연습을 읽으면서 형법 사례의 논리적이고 단계적인 풀이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기본3법은 1차 시험을 본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기본 지식은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본서는 참조용으로만 사용할 뿐, 사례집만으로 4-2-1 기간을 보냈습니다. 후사법 역시 사례집만으로 정리했으나, 행정법의 경우 요약서 한 권을 추가하여 보완하였습니다. 또 상법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회사법 부분을 제외한 서브노트를 얻게 되어 사례집을 읽은 뒤 서브노트의 해당 부분을 한 번씩 읽으며 정리했습니다.


4-2-1 기간 역시 1차 시험에서의 7-4-2-1과 마찬가지로 갈수록 읽을 양을 줄이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꼭 봐야 할 부분을 따로 체크해 두고, 다음에 책을 읽을 때는 그 부분을 중심으로 빠르게 읽는 방법으로 책을 읽는 시간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또 4-2-1 중 마지막 1 기간에는 사례집을 보는 동시에 수험가의 예상문제를 구해서 보려 했습니다. 예상문제는 전반적인 강약을 조절해주는 동시에 사례집에 나와 있지 않은 중요 내용을 보충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또 최근의 동향과 최신 판례를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예상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례집과 비교하여 훑듯이 하여 사례집에 빠진 부분만 체크하여 따로 찾아보는 식으로 해서 보는 시간을 줄였습니다.


사례집을 읽으면서 강약조절이 중요하다는 말이 많아서 어떻게 강약조절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우선적으로 기출문제와 채점평을 읽어보고 체크했습니다. 1차와 마찬가지로 기출문제는 기본서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문제로 출제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 채점평은 교수님들이 채점하시면서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시는지 알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민사소송법과 상법 사례집의 경우 저자 분들께서 각 사례의 중요도에 대해 체크하신 자료를 인터넷에 올려 주신 것이 있어 그것들을 구해서 책에 표시하고 참고했습니다.


2차 시험에 대해 말하면서 답안 작성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차 시험은 내용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답안 자체의 인상과 구성 역시 점수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초시 기간이라 내용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지만 답안 작성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아는 것조차 제대로 풀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험에서 30여일 정도가 남았을 때부터 하루에 후사법 3순환 모의고사를 한 문제씩 시간을 재서 풀었습니다. 100점짜리 모의고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풀 엄두를 내지 못하고, 50점짜리 모의고사를 1시간 내에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무턱대고 시작한 답안 작성이 쉬울 리가 없었고, 억지로 시간 내에 답안을 작성하고 나면 오른쪽 손가락들이 시큰거리며 아팠습니다. 그래도 답안 작성을 연습하는 동안 초안을 잡고, 배점에 따라 양을 정하고, 목차를 정하는 데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깔끔하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답안에서 목차의 들여쓰기 간격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서 손가락의 너비를 이용하는 등 여러 가지로 궁리를 했습니다. 답안을 작성한 뒤에는 꼭 모범 답안과 비교하면서 보완할 점을 찾았습니다. 너덜너덜한 답안지를 보면 한숨이 나왔지만 조금씩 더 나아질 거라 믿었습니다.


또 답안 작성 연습을 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논리적인 답안 작성이었습니다. 초시를 준비하면서 짧은 기간 내에 할 수 있는 암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판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운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답안의 논리적인 전개로 승부를 보는 것이 보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답안의 각 부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는 듯 이어지도록 애썼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문제의 소재 부분에 공을 들였고, 답안의 각 부분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흐름이 이어지는지 써 주려고 노력했고, 답안의 어떤 부분에서도 논리를 잊지 않으려 했습니다. 설령 제가 학설이나 판례를 모르는 문제라 하더라도 존재하는 학설과 판례만큼 논리적으로 주장을 펼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점수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사안의 포섭에도 신경을 썼는데, 사안의 포섭이란 최종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차 시험이란 알고 있는 학설과 판례를 채점교수님께 나열해서 보여 드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고, 그 답에 대한 근거로 학설과 판례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학설과 판례를 잘 쓴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답이라 할 수 있는 사안 포섭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안의 포섭 역시 최대한 논리적으로 하려고 노력했고, 문제에 나와 있는 상황과 단어들을 끌어와서 사용했습니다. 사안 포섭의 마무리는 문제에서 묻고 있는 답을 정확히 짚어주려 했습니다.


2차 시험 기간에는 4일 합쳐서 8시간 정도 잔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 4일간은 엄청나게 힘들고 피곤해도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식사 역시 많은 양을 먹으면 약해진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겨우 음식을 입에 대는 정도로만 식사했지만 배가 고픈 줄도 몰랐습니다. 2차 시험이 끝난 뒤 보니 손발톱이 갈라져 가로줄이 한 줄 가 있었습니다. 영양실조라는 얘기도 있던데 정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차 시험 4일간이 힘들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었던 것 같습니다. 4-2-1을 거치면서 표시해 둔 부분들을 중심으로 어떻게든 다음날 볼 과목들을 다 읽고 가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보지는 못했습니다. 시험까지 남은 시간을 체크하면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넘어갔습니다. 시험장에 가서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한 글자라도 더 보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형사소송법의 경우 시험 직전에 제대로 이해한 부분이 시험에 나와서 그럭저럭 써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민법에 이르러서는 3일째 시험의 느낌이 좋지 않았고, 체력은 한계에 이르러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치솟았지만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오기가 생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V. 기타 사항
1. 시간 활용에 대하여
수험 기간 중 제가 어떻게 시간을 활용해서 공부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낮에 다른 일을 하셔야 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공익근무를 하는 동안에는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공부를 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잡다한 종류의 일들이 많고, 책을 집중해서 읽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노력했고, 1차 시험 부분에서 말씀드린 형법 종이카드 등도 그런 궁리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오후 6시에 퇴근한 후 집으로 돌아가 저녁 식사를 한 뒤, 집 근처의 독서실로 가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보통 저녁 7시에서 8시쯤 되었습니다. 그 후 독서실이 문을 닫는 새벽 2시까지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한 시간 정도를 모의고사를 푸는 데 썼습니다. 1차의 경우 전범위 모의고사를, 2차의 경우 3순환 모의고사를 이 때 풀었습니다. 그러므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대략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을 때가 많았습니다. 주말은 쉬는 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공부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늦잠을 잔 뒤 하루 종일 독서실에서 공부했습니다.

2. 독학에 대하여
저는 시간이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와 테이프 강의를 포함하여 학원 강의를 듣지 않았습니다. 강의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 탓도 있었고, 또 1차 시험 준비를 시작하며 남은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고 느껴서 강의를 듣고 나면 스스로 공부하여 시험에 대비할 시간이 너무 적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혼자 무턱대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차를 그렇게 합격하고 나니 자신감도 조금 생기고, 초시 기간은 버리는 사람들도 많은 만큼 제 마음대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초시도 강의 없이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오히려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기에 덜컥 그렇게 무모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막막하게만 느껴져도 꾸준히 반복해서 책을 읽는 과정에서 앞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고, 강약 조절의 경우 위에서 말씀드렸듯 기출문제와 저자 분들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학원 강의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혹시 시간이나 다른 여건으로 인해 학원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고 독학하셔야 하는 분들께서도 용기를 얻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VI. 나가며
처음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걱정 때문에 도전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설령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도전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의미가 있고, 후회가 없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처음 사법시험 책들을 사러 가서 한자를 제대로 못 읽어 찾던 책을 못 찾고 돌아왔을 때, 응시원서를 작성하면서 외국 대학이 없어 쓴웃음을 지으며 “기타 4년제 대학”으로 원서를 제출했을 때, 피곤한 몸을 끌면서 새벽에 독서실에서 돌아오며 길거리의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그 마음이 저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그 마음 덕분에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몸이 힘들어도 씩 웃으면서 훌훌 털어내고 다시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수험 생활은 계속되는 불안함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언제나 마음을 옥죄어 오지만, 그 불안함을 이겨내고 계속되는 도전이 없다면 어떤 결실도 얻을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렇기에 그 도전만으로도 진정으로 아름답고 의미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힘들고 고된 도전을 계속하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언제나 절 응원하고 격려해준 가족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끔은 엄하시지만 절 이해해 주려 하시고 시험 합격 후 누구보다 기뻐해 주신 아버지, 수험기간 내내 뒷바라지해주시느라 아침부터 새벽까지 저보다 더 고생하신 어머니 감사합니다. 또 수험기간 오빠랑 말상대도 해 주고, 겨울방학에는 같이 독서실도 다녀 주고, 가끔은 힘들지 않느냐며 어깨도 두들겨준 여동생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별 내용 없는 합격 수기를 끝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법률저널 2010-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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